강빛마을 한 도막 일기 2024.11.01. 금요일

고현석
2024-11-02

   큰 기쁨 안고 11월을 맞다.   /

    11월 초하루,  밤새 내린 비가 종일 이어지다. 폭우는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가을비가 너무 잦다.아무래도 기분이 가라앉기 마련인데 아주 기분 좋은 일들로 마음이 들뜨다.

  어제로 강빛마을 꽃빛촌에서 진행된  3개월 농촌살아보기 프로그램이 끝났다. 그 중 한 세대가 강빛마을에서 살기로 하여 전월세계약을 맺었다. 다른  한 세대는 이웃면에 집을 얻었다고 한다. 그 동안 농촌살아보기  참여세대 중 한두 세대가 곡성군이나 인접군에서 농촌살이를 계속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강빛마을을 택하여 머물기는 처음이다.  각자 마다의 사정이 있는데 강빛마을이 그들의 형편과 맞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꽃빛촌 6호를 내주었다.  당초 마을의 영빈관으로 쓰려고 맘먹었던 주택이다.  집앞의 공유지까지 널찍하게 잘 관리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그것이 맘에 들어 선택한 세대다.   11월 1일 오늘부터 꽃빛촌 6호에 새역사가 시작된다

   오늘 오후 달빛촌 19호 임대차계약을 맺다. 석곡 소재지 대황강가 청자연아파트에서 강빛마을로? 공기 좋고, 대황강돌실자연휴식지공원이 지척이며, 단독주택보다는 훨씬 생활이 편할 터인데, 어찌 강빛마을로 이사를 오는지 궁금해서 묻다. 텃밭을 가꾸고 싶어서란다. 은퇴하여 도시생활을 접고 농촌생활을 했는데, 도시에서 처럼 아파트를 택했다.  이제 텃밭을 찾아 한단계 더 전진하는 셈이다. 텃밭가꾸기는 농사짓기와는 전혀 다른 일이다. 강빛마을 주민들 대다수가 마당에 텃밭을 가꾼다. 마당 텃밭이 양에 안차면 공동텃밭을 신청해서 한두이랑 맡으면 된다. 아직 농사랄 것은 못 된다. 강빛마을에 살면서 따로 과수농사나 밭농사를 짓는 세대가 두 집 있다. 

  어떤 주택도, 마을도, 누구에게 모든 점을 만족시킬 수 없다. 손수 지어도 그렇다. 그래서 강빛마을이 가진 특성을  장점으로 보여야, 적어도 단점보다는 커야, 강빛마을에 살 수 있고, 살 자격이 있다. 생활의 편리함을 줄이고 마당에 텃밭을 가꾸는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것, 결과적으로 비록 의식하진 못해도 강빛마을이 제공하는 자기주도적 삶을 선택하게 된 것이리라.  강빛마을 주민의 다양성이 확충되는 기쁨을 안고 11월을 맞으니 즐겁다.  

  계약을 마치고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탕목욕을 하니 비로 무거워진 몸도 가벼워지다.  이태리타올을 쓰지 않고 수건으로 등을 밀고 손으로 때를 미니 마사지를 하는 셈이다.  여름에는 샤워가 잦으니 1주에 한 번 정도, 날씨가 추워지면서 간격을 좁힌다.  스스로 때를 밀 힘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이 또한 내 삶을 내가 주도하는 기쁨을 느끼다.  오후 전월세 계약을 하면서 면사무소에서 확정일자를 받을수 있도록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계약서를 보면서, "비슷한 연배로 보았는데, 10년 상이시네요. 참 건강하십니다. "그렇습니까? 강빛마을에 상주하면서 건강하지 않으면 죄인입니다." 무심결에 뱉은 말인데, 참 좋은 말이라며 부인더러 메모해 두라고더니, 헤어질 때 "죄인은 안 되도록 하겠습니다." 나눈 유쾌한 대화를 떠올리며, '내 건강관리와  생활은 내가 주도한다.'는 자부심" 에 미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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